용서
우리는 친구들의 잘못을 묻기 위해 꽤 큰 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핸리 워드 비처(1813-1887)
차머즈라는 사람은 그의 책 정오의 강풍에서 유명한 건축 기사 피어홈의 긍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사 피어홈은 세계 도처에 많은 다리와 터널들을 건설하여 큰 명성을 얻었으나. 뒤에 질병과 실패로 인해 부인과 어린 딸을 데리고 낙향하였다.
그 이웃에 한 몰인정한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너무 사나운 개를 길러 위험하므로 피어홈은 자꾸 경고를 했지만 오히려 번번이 모욕만 당하고 말았다. 그러던 중 불행은 갑자기 닥쳐왔는데 그 개가 하필이면 피어홈의 어린 딸을 물어 죽이고 만 것이다.
사람들은 일제히 개의 주인을 비난하고 파종기가 되었어도 그 노인에게 한 톨의 곡식 종자를 주거나 팔지 않았다. 노인이 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은 그를 냉소했다. 맨 밭을 간 후에 씨를 달라고 애걸하는 노인의 모습을 피어홈은 보았다. 그는 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광에 가서 자신이 쓸 씨앗 반되를 꺼냈다. 피어홈은 열심히 노인의 밭에 씨를 뿌려 주었다.
이웃 노인의 밭은 파릇파릇한 반면 피어홈의 밭은 그 일부가 아직도 빈 땅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긍휼은 우리들이 원수의 밭에 좋은 씨를 뿌리도록 요구한다. 그로 말미암아 비록 우리 자신의 밭 일부가 맨 땅으로 남겨진다고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