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하지 마라(?)
어제 우리교회가 소속된 지방회에 다녀왔다. 회의에 앞서 예배를 드렸는데, 설교를 하셨던 목사님은 서두에서 말씀하시길 “목사님들 앞에서 하는 설교가 제일 힘들다”고 하셨다. 맞다 목사는 목사 앞에서 하는 설교를 제일 힘들어 하는 것 같다.
10여 년 전이었을까? 내가 전도사였을 때 교회에서 목회자 수련회에 참석했는데, 담임 목사님도 계셨고, 몇 분의 부목사님도 계셨는데, 개회예배 설교를 전도사였던 내가 했었다. 설교 부탁도 예배시간 몇 시간 전에 받았다. 별로 부담 없이 준비했고, 또 설교도 잘(?) 했다. 내가 목사가 아니어서 목사님들 앞에서 부담 없이 설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목사가 목사 앞에서 설교하는 게 왜 가장 힘든 것일까? 맞는 말이지만 사실 그 반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이 사람과 대화하는 게 제일 쉽고, 아이가 아이와, 아줌마가 아줌마들과, 남자가 남자와 대화할 때 공감이 되고 그 언어가 잘 이해되는 것처럼, 목사가 목사 앞에서 설교할 때 제일 쉽고 편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목사가 제일 은혜 받기 힘든 부류라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말씀 앞에 동등한 성도라면 누구든 하나님의 말씀 앞에 겸손히 나아 갈 수 있음을 가정할 때, 말씀이 청중에게 들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설교자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목사가 목사 앞에서 설교하는 것이 힘든 것일까? 그것은 설교하려하기 때문이다. ‘감히 누가 누구 앞에서 설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잠재되어 있고, ‘내가 이런 설교를 하면 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할 것인가?’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설교는 결코 설교하려고 하면 안 된다. 예수님께서 하셨던 말씀은 삶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였다. 어느 것 하나 그들의 삶과 동떨어진 것을 허공 치듯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진절머리 나도록, 때로는 소스라치도록 벗어나고 싶은 삶의 문제들과 씨름하며 괴로워하는 대중들과의 소통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은 지루할 겨를도 없는, 오히려 너무 구체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말씀이라서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사람들은 설교를 싫어한다. 내 아이도 부모가 하는 설교를 싫어한다.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부모님이 하시는 설교가 반갑지 않다. 그러나 나는 내 아이들과 아내와 하는 대화를 좋아한다. 동료 목사님들과 나누는 대화가 즐겁다. 얼마든지 설교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