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도자는 책을 읽는 사람이다
다가오는 9월은 독서의 달이다. 그리고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부른다. 어떻게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 되었는지는 여러 가지 속설이 있지만, 책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을은 1년 중 가장 책이 안 팔리는 달이다. 그래서 ‘책이 너무 안 팔리니까 출판업계가 책을 읽게 하기 위해 지어낸 말’이라는 말이 생겼다. 가을은 책 읽기에만 좋은 계절이 아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좋은 계절이다. 야외활동이 다양해지고 많아지니 상대적으로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어 책을 가장 안 보는 계절이 된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 진정한 이유는, 시간과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의 문제다. 중국 청대 말기의 정치가이며 학자인 증국번은 “진정 책을 읽고 싶다면, 사막에서나 사람의 왕래가 잦은 거리에서도 읽을 수 있고 나무꾼이나 목동이 되어서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책을 읽을 뜻이 없다면 아무리 조용한 시골집이나 신선이 사는 섬이라 해도 독서하기에 적당치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것은 독서를 행사 치르기로 하지 말고 습관이 되게 하라는 말이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빠지지 않는 행사 치르기(?)가 있다. 그것은 ‘휴가에서 대통령의 책 읽기’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가면서 챙겨간 책이 무엇이었는지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책 읽기는 한 나라의 지도자가 성숙한 지도력을 키워나가기 위해 필연적으로 요청되는 중요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책 읽기가 습관이건 일련의 행사로 반복되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하여 자신의 세계관과 지도력에 대한 지속적인 조명을 하고 있는가이다. 왜냐하면, 지도자는 끊임없이 자신을 성숙시키며 내면세계를 가꾸며 시야를 확장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책 읽기는 한 사람의 내면세계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이며 독서운동가로 알려진 송광택 목사는 “지도자는 평생학습자로 사는 사람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들은 모두 평생학습자로 살았다. 그들은 독서를 통해 자신의 정신을 단련시키고 비전을 키웠으며 진리를 추구했고 정의를 실천하고자 했다”라며 지도자에게 있어서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자기의 저서 『나를 단련하는 책 읽기』(2012, 끌레마)에서 지도자가 알아야 할 독서 기술과 노하우를 제시하고 있다. 공간, 시간,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독서 비법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독서는 비전을 발견하는 창구이다 리더(leader)가 되려면 리더(reader)가 되어야 한다. 탁월한 지도자가 되려면 뛰어난 독서가가 되어야 한다. 독서는 지도자가 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는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책에서 비전을 발견하고, 인생의 무대에 당당히 주인공으로 선 사람들의 일화는 무수히 많다.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꿈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꿈이 없는 청춘은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 허황된 꿈만 꾸는 것은 무의미하다. 비전은 단순한 바람이나 꿈이 아니다. 비전은 현실 가능성, 자기 확신, 적극적인 실행력을 포함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비전은 필연적으로 자기 단련의 과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전을 가진 이는 어려움이 닥쳐도 그 고난과 좌절마저 자양분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젊은 날의 독서는 인생의 비전을 심어준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고 성취해낼 수 있는 힘과 능력을 키워준다. 양서 속에서 적서를 찾아라 “적시(適詩)에 적서(適書)를 적자(適者)에게(The right book for the right reader at right time)”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그 책을 만나는 운명적 시간이라는 게 있다. 독자가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선택할 때는 보통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자신의 개인적인 동기나 목적에 따라 책을 정한 뒤에 그것을 고르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그냥 막연히 서가에 가서 여러 가지 책을 살펴본 후에 저자와 제목과 내용을 대충 살펴본 후에 책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상당수의 독자들은 후자에 속한다. 이 경우 자유롭게 각자의 취향에 맞는 책을 선택할 수 있지만, 시간과 노력에 비해 자신에게 적합한 도서를 선택할 확률이 매우 떨어진다. 반면 자기의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미리 책을 정해두고 찾아서 읽는 상황 독서를 한 독자는 독서 효율을 매우 높일 수 있다. 이 경우 이미 독서 동기가 충만하고, 읽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그 책은 마치 목마른 사람에게 주는 생수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럼, 어떻게 적서를 만날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양서를 꾸준히 읽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적서를 선택할 안목을 갖게 된다. 더불어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적서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게 된다. 신문이나 TV의 소개 또는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구입하는 방법, 같은 취향이나 취미를 갖고 있는 지인들과 독서목록을 공유하는 방법,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선택하는 방법 등을 취사선택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목적에 따라 알맞은 독서 계획을 세워라 평생학습자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독서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인 목적이 있을 때 강한 동기부여가 이루어지고 단기적인 독서 전략을 세우기도 쉽다. 하지만 장기적인 목적에만 치중하면 독서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재미보다 의무감으로 책을 읽게 된다. 따라서 지속적인 독서가 가능하려면 장ㆍ단기 목표를 함께 고려해 독서목록을 적절히 안배할 필요가 있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지금 내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답을 생각해보라. 이 두 가지 질문을 충족할 수 있는 독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서 계획을 세울 때는 우선 책 읽기의 코드를 자신이 당면한 문제와 취향에 맞춰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독서 계획을 세우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자연스럽게 책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시작은 자신의 문제에서 출발했을지라도 어느 정도 독서력이 쌓이면 점차적으로 독서의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그래야 책 읽기의 자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한 자리에서 모든 계획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틈틈이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의 목록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독서 이력은 인생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반영해준다. 이를 점검해가면서 때때로 독서 목적과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삶의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가는 과정 속에서 읽어야 할 목록에 새로운 책이 계속 추가되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구조를 파악하고 키워드로 읽어라 탁월한 독자가 되려면 구조 읽기 능력을 키워야 한다. 구조 읽기란 내용의 전개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글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글을 작성한 필자가 내용을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글의 세부 내용을 전개하는 보편적인 방식은 아래와 같다. 1. 비교와 대조의 방법 2. 원인과 결과의 방법 3. 연속적 순서의 방법 4. 예시의 방법 5. 분류 및 분석의 방법. 따라서 글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 독자는 집필 과정을 역으로 추적할 필요가 있다. 글의 구조, 즉 구성과 조직이 잘 짜인 글은 단락과 단락의 연결 관계,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 인용과 예시를 주제에 연결시키는 방법이 매우 뛰어나다. 책을 읽을 때 글의 구조를 따져보는 습관을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기본 태도이기도 하다. 읽는 것과 쓰는 것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책을 잘 읽는 사람은 구조를 파악할 뿐만 아니라 키워드 읽기에도 능하다. 일반적으로 각 장이나 문단에서 자주 나타나는 단어가 키워드다. 예를 들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는 제목인 ‘종의 기원’이 책 전체의 키워드이다. 키워드가 중요한 이유는 책의 핵심 내용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실용서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 내용을 5%의 분량으로 요약할 수 있다. 키워드로 읽는 것은 요약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과 같다. -추하늘 목사-